어느 날 문득, 이상하게도 허전했던 하루
회사 생활 28년 차. 늘 똑같은 출근길, 익숙한 사람들과의 대화,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 업무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TV만 멍하니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냥…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그날은 이상하게 더 그랬습니다. 보고 있던 드라마도 재미가 없고, 휴대폰으로 유튜브 몇 개 돌려보다가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아내는 거실 한편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딸아이는 방에서 뭔가 열심히 공부 중이었죠. 나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기분이 든 건 처음은 아니었지만, 유독 그날은 마음이 좀 달랐어요. 괜히 거실을 서성이다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있어?”
그랬더니 아내가 말하더군요.
“나 요즘 온라인 인문학 강의 듣고 있어. 생각보다 재밌어.”
순간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달은 느낌이었습니다. 머릿속이 살짝 멍해지면서도, 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맴돌았어요. 인문학 강의라… 나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창에 손이 갔던 밤
혼자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5060 온라인 무료 강의’라고 검색해봤습니다. 그냥 한번 봐보자 싶었는데, 결과가 쏟아지더군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플랫폼부터,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교육까지 종류도 다양했고요.
문제는 뭘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너무 많아서 눈이 빙글빙글 돌더라고요. 처음엔 ‘컴퓨터 활용법’부터 시작해보려 했는데, 뭔가 너무 초보자용 같기도 하고… ‘내가 이걸 배워서 뭐 하지?’ 싶어지면서 다시 창을 닫을까 말까 고민했죠.
결국 ‘인생 2막 설계’라는 제목의 강의를 클릭했습니다. ‘이건 나랑 조금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상한 촉이 있었거든요. 수강 신청 버튼을 눌렀을 땐, 괜히 좀 긴장되기도 했어요. 마치 어디 등록금 내고 학원 가는 느낌이랄까요.
첫 강의 시작 전에 헷갈렸던 것들 정리해봤어요
| 헷갈렸던 부분 | 처음 느꼈던 어려움 | 지금은 이렇게 해결했어요 |
|---|---|---|
| 수강 사이트 찾기 | 뭐가 뭔지 모르겠고 다 비슷해 보여서 혼란스러웠음 | ‘신중년 맞춤’ 키워드로 좁혀 검색하니 훨씬 찾기 쉬웠음 |
| 강의 신청 과정 | 로그인, 본인인증 단계가 많아 복잡하게 느껴짐 | 단계별로 하나씩 메모하며 정리하니 쉽게 해결됨 |
| 소리 안 나오는 오류 | 강의 재생했는데 소리가 안 나서 기기 문제인 줄 알고 한참 헤맴 | 이어폰이 반쯤 꽂혀 있었던 단순한 실수였음 |
| 강의 내용 선택 | 뭘 들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임 | ‘인생 2막’이란 단어에 끌려 클릭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선택함 |
| 강의 중 집중 어려움 | 처음엔 영상에 집중이 안 되고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올랐음 | 노트에 필기하면서 보니 집중력이 올라감 |
첫 강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어요
수업 첫날, 퇴근 후에 노트북을 켜고 조심스럽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처음 3분 동안은 화면만 멍하니 쳐다봤던 것 같아요. 목소리는 귀에 잘 안 들어오고, 화면만 오락가락… 아, 진짜 집중 안 되더라고요.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 후회도 잠깐 들었죠.
근데 조금 지나니까 갑자기 어떤 문장이 귀에 확 들어왔어요.
“지금까지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이 더 중요합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뭔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달까…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고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짜리 강의를 끝까지 봤어요. 끝났을 땐,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강의가 끝나고, 처음으로 노트에 뭔가를 적어봤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아직 안 해본 일’ 이런 제목을 달고, 생각나는 걸 주저리주저리 써봤어요. ‘이걸 내가 왜 적고 있지?’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뭔가 속에 있던 게 조금씩 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헷갈리고, 실수하고,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죠
솔직히 말해서… 그다음 날은 잘 안 됐어요. 사이트에 다시 접속하려 했는데 아이디가 생각 안 나서 한참 헤맸고, 강의 플레이가 안 돼서 결국 고객센터에도 전화해봤습니다. “어르신들은 PC 말고 앱으로 보시는 게 더 쉬워요”라는 상담원의 말에 순간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죠. 내가 어르신이라니…
앱으로도 깔아봤는데 설정이 뭐가 이리 복잡한지… 소리도 안 나고 화면도 멈추고… 결국 그날은 강의 포기하고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어요. 속상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역시 나는 이런 거랑 안 맞나 보다’ 생각했었죠.
근데 다음 날 아침, 회사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수했다고 그만두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다시 앱을 켰고, 설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맞췄습니다. 유튜브 찾아가며 따라 해보기도 하고요. 결국 강의 다시 듣는 데 성공했어요.
그 순간… 진짜 뿌듯했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성취감이 마음을 꽉 채웠습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글쓰기 강의’에서
그 뒤로 여러 강의를 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년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었어요. 강사님이 이야기하더군요.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분명히 위로가 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가운데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느꼈어요.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봤습니다. 실패했던 일, 후회했던 결정, 잊고 싶었던 기억들까지도요. 그냥 써내려가다 보니 눈물이 핑 돌기도 했어요.
‘내 삶이 이렇게 글이 될 수 있구나’ 싶었죠. 예전 같았으면 감히 생각 못 했을 일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종종 짧게라도 써보게 되었어요. 내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이 생긴 거죠.
지금은 이렇게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줘요
| 하루 속 작은 변화 | 예전에는… |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어요 |
|---|---|---|
| 출근길 시간 활용 | 멍하니 음악만 듣거나 SNS만 보며 시간 흘려보냈음 | 짧은 온라인 강의 듣는 루틴이 생겨 아침이 덜 무기력함 |
| 퇴근 후 생활 | TV 보거나 휴대폰만 만지며 시간 보내던 날 많았음 | 30분씩 강의 듣는 시간이 힐링 타임이 됨 |
| 생각의 깊이 |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 거의 없었음 | 글쓰기 강의 덕분에 스스로 돌아보는 힘이 생김 |
| 대화할 때 표현력 | 말에 깊이가 없고, 늘 뻔한 이야기만 하는 느낌이 있었음 | 책이나 강의에서 얻은 문장이 자연스럽게 스며듦 |
| 내 삶에 대한 자신감 | 무기력했고, 늘 ‘늦었다’는 생각이 앞섰음 | “지금부터가 시작이다”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음 |
요즘 나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지금은 퇴근 후 30분, 나만의 ‘강의 시간’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습관이 됐어요. 하루라도 안 보면 허전한 기분이 들 정도예요. 인문학, 경제, 심리학, 건강… 관심 있는 분야는 끝이 없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을 줄 알았으면 진작 시작할 걸 싶기도 해요.
회사 동료들한테는 말 안 했지만, 가끔 후배들한테 조언해줄 때 예전보다 말이 조금은 깊어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 뭔가 삶을 더 넓게 보는 시선이 생긴 느낌이랄까… 사실 강의가 그런 걸 가르쳐주진 않아요. 다만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힘을 키워주는 거죠.
마음속에 깊게 남은 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어느 강의에서 들은 이 말이 제 가슴에 깊이 박혀 있어요. 나이 들수록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게 겁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잖아요. 근데 말이죠… 한 발만 내디뎌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그 안에 새로운 나도 있고요.
지금은 매일이 조금 다릅니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내 삶에 의미 있는 파장이 생겼어요. 이제는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삶이 된 느낌이에요.
늦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시간이, 사실은 이제 막 피어나는 준비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