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맞춤 직업훈련 종류 직접 해본 후기 정리

갑작스러운 현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분위기

지금 돌이켜보면,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징조는 있었죠. 팀장이 회의 때마다 “회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말을 꺼내고, 부서 회식이 뜸해지고, 사무실 안에 흘러나오는 소문이 부쩍 많아졌거든요.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소리야 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정말 낯선 공지 메일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희망퇴직 접수 안내.
처음 보는 순간, 잠깐 멍했습니다. 제 자리가 영원할 거라고 믿진 않았지만, 그 메일 하나로 제 삶이 이렇게 흔들릴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 학원비, 아직 몇 년은 남은 전세 대출, 와이프의 가게 운영비까지. 모든 고정지출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어요. 뭔가 붙잡고 싶은데, 손에 잡히는 게 없었어요.

주민센터에서 마주한 낯선 단어, ‘직업훈련’

회사 근처 공원에서 혼자 커피 한 잔 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괜히 주민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뭔가 있지 않을까,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뭐 그런 마음이었죠.
처음엔 실업급여나 알아볼까 했어요. 그런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혹시 직업훈련 같은 건 생각 안 해보셨어요? 중장년 대상 과정들도 꽤 괜찮은 게 있어요.”

그때 들었던 단어가 ‘중장년 맞춤 직업훈련’.
처음 듣는 말이었고, 뭔가 나랑은 거리감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무슨 훈련이야… 지금 나이에 뭘 배운다고…’ 솔직히 좀 쑥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나 싶기도 했고요.

어떤 훈련을 고를까, 고민 끝에 내린 결정

그날 밤에 몰래 인터넷으로 교육 과정들을 찾아봤습니다. 정말 다양한 훈련이 있었어요. 전기 기능사, 드론 자격증, 조경 시공, 컴퓨터 디자인, 세무회계, 스마트스토어 운영, 영상 편집, 바리스타 교육까지. 솔직히 너무 많아서 처음엔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걸 다 배워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그중에서 제 눈에 들어온 건 ‘스마트스토어 기초 운영 실무 과정’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란 게 막연히 어려워 보이긴 했지만, ‘이건 언젠가 내 힘으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물론, 해본 적은 없었죠. 컴퓨터로 하는 건 회사 일 관련 엑셀 정도가 전부였어요.

신청서를 쓰면서도 망설였지만, 나중에 와이프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여보, 사람은 배울 수 있을 때 배우는 거야.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마음이 있으면 되는 거야.”

그 말이 아직도 가슴 한쪽에 박혀 있습니다.

그때 내가 살펴봤던 중장년 직업훈련 과정 정리

순번 과정 이름 어떤 사람들이 주로 들었는지 내가 느낀 첫인상
1 스마트스토어 운영 실무 30~50대 초보 창업 관심자 뭔가 해보고 싶은데 어딘가 막막했던 느낌
2 전산회계 1급 자격 준비반 사무직 희망자, 회계 기본 없는 분들 숫자 울렁증 때문에 망설였음
3 조경기능사 자격반 실외 활동 선호하는 50대 남성 비율 높음 직접 손으로 만드는 건 좀 매력 있었음
4 드론 촬영·조종 교육 영상·사진 관심 많은 사람들 신기한데 내겐 먼 이야기 같았음
5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 커피 좋아하는 주부, 40대 남성도 다수 카페 창업 꿈꾸는 사람 많아 보였음
6 전기기능사 실기반 전직 생산직, 퇴직 예정자 중심 어렵고 위험해 보여서 바로 접음

수업 첫날의 당황스러움, 어리바리했던 내 모습

첫 수업 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느꼈던 위축감은 아직도 생생해요.
제일 앞자리에 앉은 친구는 20대 후반처럼 보였고, 제 뒤쪽엔 젊은 여자분들이 몇 명 앉아 있었는데… 전부 태블릿에 뭔가를 막 치고 있더라고요. 순간 ‘내가 잘못 왔나?’ 싶었어요.

강사님이 오셔서 인사하시고는, “요즘은 중장년분들도 이런 과정에 관심 많으시죠?” 하며 웃어주셨는데, 그게 저한테는 어쩐지 더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서야 시작했을까…
왜 지금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첫 주는 정말 뭐가 뭔지 몰랐어요. 강의 듣는 동안엔 알아들은 것 같은데, 집에 오면 머릿속이 하얘졌고, 과제로 나온 제품 등록은 세 시간 걸려서도 못 끝낼 때도 있었어요.
“썸네일 크기 800×800으로 맞춰주세요” 이 말 하나 이해하는 데 30분은 걸렸던 것 같아요.
진짜, 내가 이렇게 바보였나 싶었습니다.

포기 직전의 나, 바뀌게 만든 계기

2주쯤 지났을까요.
모든 게 낯설고 불편했던 그때, 조별 실습이 시작됐습니다. 상품기획부터 상세페이지 구성까지 팀으로 작업하는 시간이었는데… 문제는 제 팀원들이 다 저보다 15살 이상 어린 친구들이었다는 거예요.

말도 빠르고, 타자도 빠르고, 아이디어도 막 튀어나오고… 거기 낀 저는 뭐랄까, 그냥 방해물 같았어요. 눈치도 보이고, 말도 잘 못 꺼내겠고요.

하루는 실습 중에 제 이미지 파일이 계속 오류가 나길래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거든요.
그때 팀의 막내가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아저씨, 이미지 크기 줄일 때 이 사이트 쓰면 돼요. 저도 처음엔 이거 몰라서 맨날 뻘짓했어요. 같이 해요.”

그 말에 무너질 뻔했습니다.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데도, 그 말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날 이후였던 것 같아요.
혼자 배우려 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무조건 질문하자고 다짐한 게.

내가 부딪혔던 순간들과 그때마다 배운 점

상황 당시 내 감정 내가 배운 점 또는 변화한 점
첫 수업 날 주변이 전부 젊어 보였음 완전 위축, 잘못 온 줄 알았음 나이보다 마음가짐이 먼저라는 걸 느낌
상품 썸네일 용량 오류로 조용히 있었음 민망하고 도망치고 싶었음 도움을 청하면 누군가는 꼭 손 내민다
조별 과제 때 아이디어 하나 못 냄 무능력하게 보일까봐 말도 아꼈음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첫걸음이더라
용어 정리도 안 되는 상태에서 수업 들음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자괴감 들었음 처음엔 누구나 헤맨다는 걸 체험으로 느낌
수료증 받은 날 돌아봤던 3개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 시작은 작아도 의미는 클 수 있다는 확신

수료 후, 다시 펼쳐진 세상

3개월 과정이 끝날 무렵엔, 제가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품명에 키워드 넣는 법, 배너 디자인, 고객 후기 유도하는 방법, 배송 관리까지.
물론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이전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는 확실히 달라졌어요.

지금은 회사 일하면서 짬짬이 연습 삼아 제 계정으로 몇 개 상품도 올려보고 있어요. 매출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결과물이 쌓일 때마다 뿌듯하더라고요.
회사에서도 요즘은 디지털 관련 업무가 늘어나는데, 과거 같았으면 피해 다녔을 일도 이제는 ‘제가 한번 해볼까요?’ 하고 손을 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배움이 주는 힘이더라고요.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날, 주민센터 상담실 앞에서 무작정 서 있었던 나.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모니터만 보던 나.
수업 첫날, 조용히 앉아 눈치만 보던 나.

그때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는 잘하고 있어. 지금 하는 이 작은 시작이, 너를 지켜줄 거야.”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지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면,
나처럼 작게라도 뭔가 시작해보세요.
정말, 생각보다 많은 게 달라집니다.
사람은, 나이보다 ‘변화하려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저는 이제야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