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용센터 이용 방법 상담부터 교육까지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된 하루

작년 초여름, 아침 공기가 묘하게 눅눅했던 날이었어요. 출근길 버스 안 창밖을 멍하니 보는데, 이상하게 하루가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 무렵 회사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심상치 않았거든요. 구조조정 얘기가 슬쩍 흘러나오고, 몇몇 동료들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걸 보면서 ‘나라고 예외일까’ 하는 불안이 마음속에 자꾸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는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체력도, 집중력도, 그리고 무엇보다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예전보단 덜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회사 복도에서 부서장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혹시 오늘이 그날일까’ 하는 불안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죠.

그날 퇴근길, 휴대폰을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하다가 ‘중장년 고용센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 내내 그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혹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일까? 아니면 진짜 마지막 수단인 건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발걸음을 옮기기까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토요일 아침 집에서 늦게 일어났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괜히 답답한 마음이 더해지더군요. 창문 밖 햇살이 꽤 밝았는데도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갑자기 고용센터가 생각났어요. ‘가서 구경이라도 해볼까? 어차피 오늘은 별일도 없는데…’ 그렇게 대충 셔츠를 걸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환한 분위기였어요. 입구 옆에 안내문과 포스터들이 가지런히 붙어 있었고, ‘재취업 지원’, ‘직업훈련 안내’ 같은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왜인지 모르게 ‘내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을까 봐 괜히 주눅이 들었죠.

처음 고용센터 갔을 때 겪은 예상 밖 순간들

상황 그때 느낀 감정 지금 돌아본 생각
대기석에서 비슷한 또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함 그때는 서로 같은 처지라 말 한마디 못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으며 인사라도 해볼 걸 싶음
상담 첫 질문이 “현재 직업은요?”였을 때 순간 머리가 하얘짐 구체적으로 말 못 한 게 아쉽지만, 그 덕에 다음 상담 때는 준비를 하게 됨
서류 칸이 너무 작아 글씨를 세 번이나 고쳤을 때 괜히 급해지고 손이 떨림 이런 소소한 실수도 다 경험이 되고, 다음엔 더 여유롭게 작성 가능
적성검사 결과지를 봤을 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음 혼자였다면 접어버렸을 텐데, 설명 덕분에 방향을 조금 잡을 수 있었음

처음 상담에서 느낀 낯섦

번호표를 뽑고 대기석에 앉았는데, 제 앞자리에는 저랑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고 고개를 돌렸죠. 그 미묘한 침묵과 공기가 묘하게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제 차례가 돼서 상담실에 들어갔습니다. 담당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셨는데, 첫 질문이 “현재 직업은요?”였어요.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회사원’이라고만 짧게 답했죠. 사실 회사 상황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망설였지만, 괜히 입 밖으로 내면 현실이 확 다가올 것 같아서 삼켰습니다.

담당자는 몇 가지 서류를 내밀며 작성하라고 했는데, 칸이 너무 작아서 한참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해지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손이 더 떨리더군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이 나이에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책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다시 찾은 날의 변화

그 후로 한 달 정도는 일부러 잊고 살았습니다.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해진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회사 동료가 제게 “요즘은 중장년도 재취업 교육 잘 돼 있다더라”라고 툭 던지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 길로 일정을 확인하고, 평일 반차를 내서 고용센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날은 우연히 중장년 대상 취업특강이 열리는 날이었어요. 그냥 한쪽에 조용히 앉아 듣기만 하려고 했는데, 강사님이 첫 마디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기 오신 분들,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실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꽉 막혀 있던 마음에 작은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슬며시 들어온 거죠.

다시 찾아간 뒤 달라진 변화들

변화의 순간 계기 느낀 점
중장년 취업특강에 참석 우연히 시간 맞아 참여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들으며 마음이 훨씬 가벼워짐
직무 적성검사 재도전 담당자의 권유 제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으로 알게 돼서 자신감이 조금 생김
직업 훈련과정 재등록 개강일 착각으로 첫 수업 결석 실패해도 괜찮다는 여유를 배우게 됨
자기소개서 첨삭 프로그램 이용 새로운 기회 탐색 차원 회사 다니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음

서툰 시도와 깨달음

특강이 끝나고 적성검사를 신청했습니다. 결과지를 받아봤는데, 솔직히 숫자랑 그래프만 가득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분석형’이니 ‘관계지향형’이니 하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죠. 다행히 담당자가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제 강점과 약점을 짚어줬습니다.

또 한 번은 직업 훈련과정을 등록했는데, 개강일을 헷갈려서 첫 수업을 놓쳤습니다. 속으로 ‘이제 끝났다’ 싶었는데, 담당자가 웃으며 “괜찮아요, 다시 등록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때는 부끄러움보다 ‘아, 여기서는 실패해도 되는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와 고용센터

이제는 꼭 일자리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끔 시간을 내서 고용센터에 갑니다. 최신 채용 동향을 듣거나, 자기소개서 첨삭 같은 실무 프로그램을 이용하죠. 회사 안에서 배우기 힘든 부분들을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예전엔 ‘중장년 고용센터’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나를 위한 준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고민하면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누군가와 마주 앉아 얘기하다 보면 방향이 잡히는 순간이 있거든요.

마음속에 새긴 한 문장

그날 강사님이 했던 말이 여전히 제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저는 그 말을 제 방식대로 바꿨습니다.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불안이 밀려올 때마다, 그 문장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그래, 나는 아직 시작할 수 있어…”

이렇게 하루의 감정과 상황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가니, 고용센터를 처음 찾았던 날의 공기와 그때 제 표정까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저는 그 공간을 ‘마지막이 아닌 또 하나의 출발선’으로 기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