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전단지가 제 일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마음이 지쳐 있던 시기
일상이 버거웠던 이유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자리에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루틴이 안정감을 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숨이 막히는 족쇄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집중력도 쉽게 흐트러졌습니다. 회사에서는 점점 더 많은 업무를 요구했고, 집에서는 부모님의 건강 문제까지 제 어깨를 눌렀습니다.
그 시절 저는 웃음이 거의 사라져 있었습니다. 동료들이 농담을 해도 웃는 시늉만 했고, 주말이면 그냥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냈죠. 그때는 정말 ‘내가 이렇게까지 지쳐 있었나?’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종이
보건소 앞에서 멈춘 발걸음
퇴근길, 늘 지나치던 보건소 앞에서 제 발걸음을 붙잡은 게 있었습니다.
현관문 옆 게시판에 붙어 있던 색이 바랜 전단지 한 장이었죠. ‘중장년층 정신건강 지원 사업 참여자 모집’이라는 큼직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무료 상담’이라는 문장이 제 시선을 확 끌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네 글자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떠올랐습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
“정신건강… 내가 거기까지 간 건가?”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괜히 큰 병이 있는 사람만 가는 거라고 선을 긋고 싶었죠.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한 번쯤은 가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용히 올라왔습니다.
상담 전후로 느낀 변화 기록
구분 | 상담 전 나의 상태 | 상담 후 달라진 점 |
---|---|---|
기분 변화 | 무기력하고 웃음이 거의 없음 |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웃는 시간을 가짐 |
일상 습관 | 점심시간에도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음 | 점심마다 10분 이상 산책하거나 사진 촬영 |
대인 관계 |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음 | 동료와 가벼운 농담 주고받기 |
자기 돌봄 | 취미 활동 전혀 없음 | 사진 촬영, 음악 감상 등 작은 즐거움 실천 |
스트레스 해소 | 퇴근 후 TV 시청이나 휴식뿐 | 산책, 명상, 가벼운 운동으로 전환 |
첫 발을 내딛던 날
어색했던 문턱
결국 그다음 주 점심시간을 이용해 보건소를 찾았습니다.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돌아가려던 순간, 안에서 나온 직원분이 “상담 예약하러 오셨어요?” 하고 묻더군요.
그 짧은 한마디가 마치 “괜찮아요, 들어와도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네…” 하고 대답하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설문지 앞에서 느낀 허전함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기분이 가라앉았던 날은 며칠인가요?’라는 문항 앞에서 펜이 멈췄습니다.
숫자를 세어보려다 보니, 웃었던 날보다 무표정했던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 순간, 제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을 방치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행착오와 작은 후회
미루고 싶었던 마음
상담 일정을 잡았지만, 회사에 갑자기 회의가 생겨서 한 번 취소했습니다.
그때 ‘다음에 하지 뭐’ 하며 가볍게 넘겼죠.
그런데 막상 취소하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내 마음을 이렇게 또 뒤로 미뤄버린 건가’ 하는 자책이 들었죠.
기대와 현실의 간극
첫 상담 날, 저는 솔직히 뭔가 극적인 위로를 받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날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정도였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게 전부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첫 대화가 다음 변화를 여는 문이었습니다.
변화의 시작, 두 번째 상담
잊고 있던 나의 취미
두 번째 상담에서 상담사님이 물었습니다.
“혹시 예전에 좋아하던 취미가 있었나요?”
순간 고등학교 시절 사진 찍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얘기를 꺼내자 상담사님이 “지금도 다시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하셨죠.
집에 돌아와서 서랍 속에 묵혀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작은 실천의 힘
그날 이후 점심시간 10분이라도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풍경을 담다 보면 머릿속이 잠시 비워졌고, 미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
순서 | 상황 | 느낀 점 |
---|---|---|
1 | 보건소 앞 전단지를 보고 발걸음을 멈춤 | ‘무료 상담’이라는 문구가 계속 마음에 남음 |
2 | 첫 방문 때 직원이 먼저 말을 걸어줌 | 낯선 공간의 긴장이 조금 풀림 |
3 | 설문지 작성 중 웃지 않았던 날을 세어봄 | 내 마음이 생각보다 오래 지쳐 있었다는 걸 깨달음 |
4 | 두 번째 상담에서 사진 취미를 떠올림 | 예전의 나를 다시 만난 듯 설렘 |
5 |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감 | 머릿속이 맑아지고 하루가 가벼워짐 |
회사 생활 속의 변화
점심시간의 여유
예전에는 점심시간에도 모니터 앞에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을 산책이나 명상으로 씁니다.
업무 집중력도 회복되고, 불필요하게 예민해지는 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이야기
어머니께도 조심스럽게 권했습니다.
“엄마, 동네 보건소에서 이런 프로그램 하더라. 가보면 좋을 것 같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지만, 나중에는 복지관 프로그램까지 찾아보시더군요.
나만의 깨달음
놓칠 뻔한 기회
만약 그날 보건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여전히 매일을 무겁게 버티고 있었을 겁니다.
중장년층 정신건강 지원 사업은 삶을 화려하게 바꾸진 않지만, 무너져가는 마음을 다시 세우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말
“마음이 무너지는 건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버텼다는 증거예요.”
상담사님의 이 한마디가 아직도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제 저는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저를 위한 여유를 챙깁니다.
사진 찍기, 가벼운 산책, 좋아하는 음악 듣기.
이런 사소한 시간들이 제 정신건강을 지탱해줍니다.
중장년층 정신건강 지원 사업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제게 숨 고를 틈을 찾아준 기회였습니다.
마음을 챙긴다는 건 거창한 변화보다도, 하루를 버틸 힘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이겁니다.
“내 마음에도 휴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