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지원금 제도 총정리, 나도 받을 수 있을까?

멍하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던 어느 날

회사 일에 치이고 야근에 지쳐있던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어요. 늘 그렇듯이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집에 들어갔죠. TV를 켰더니 뉴스에서 ‘은퇴 준비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화면에 나온 통계가 아직도 기억나요. ’40~50대 직장인 중 68%가 은퇴 이후 생활이 막막하다’ 뭐 이런 자막이었죠. 순간 너무 공감돼서 맥주 캔을 들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어요.

“나도 그 중 하나네…”
진짜 그 생각이 툭 튀어나오더라고요.

사실 전 별 생각 없이 살아왔어요. 그냥 월급 들어오면 카드값, 대출이자, 애들 학원비 내고, 남는 건 거의 없고… 그런 일상이 반복됐죠. 그러다 40대 중반쯤 돼서야 뒤늦게 이런 질문이 생겼어요.

‘은퇴하면 뭐 먹고 살지?’
그게 시작이었어요.

남들 다 받는 줄 알았던 연금, 제대로 알아보니

가장 먼저 국민연금부터 확인해봤어요. 마침 회사에서 연말정산 자료 정리하던 참이라 홈페이지 들어가서 예상 수령액을 조회했죠. 결과를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겨우 94만 원이었어요.

“이 돈으로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 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고요.

한창 힘 빠지던 시기였는데, 더 막막해졌죠. 인터넷 찾아보면 연금이니 지원금이니 엄청 많이 나오는데, 정확히 뭔지, 누가 받는지, 난 되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정부에서 다 알아서 주겠지 싶었어요. 솔직히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살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조건이 다 있고, 신청도 직접 해야 되고, 소득 기준도 따져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말이 쉽지, 진짜 어렵더라고요. 용어도 생소하고, 같은 제도인데 사이트마다 설명이 다르고, 뭘 먼저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직접 정리해봤던 노후 지원금들

(헷갈려서 정리 안 했으면 아직도 모를 뻔했던 목록)

지원 제도 대상 연령 소득 기준 여부 신청 방법 간단한 특징
국민연금 만 18세~65세 해당 없음 자동 가입 기본 중의 기본, 퇴직 후 매달 수령 가능
기초연금 만 65세 이상 있음 직접 신청 소득과 재산 기준 충족 시 월 30만 원 이상 가능
주택연금 만 55세 이상 해당 없음 한국주택금융공사 집이 있으면 거주하며 연금처럼 월지급 가능
농지연금 만 65세 이상 해당 없음 농어촌공사 농지를 담보로 노후 연금처럼 수령 가능
장기요양보험 만 65세 이상 소득 무관 국민건강보험공단 몸이 불편해지면 요양서비스 지원 가능
긴급복지지원제도 전 연령대 있음 읍면동 주민센터 갑작스런 실직, 사고 시 생계비 지원

첫 번째 좌절, 주민센터에서 겪은 당황스러움

‘그래,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어느 날 점심시간에 주민센터로 갔어요. 지원금 문의하러 왔다고 하니까, 담당자분이 조용히 앉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나이, 소득, 가족 상황 이런 걸 설명했는데, 갑자기 담당자분이 살짝 웃으며 물으시더라고요.
“혹시 기초연금이랑 기초생활수급 구분은 아세요?”

순간 머리가 띵 했어요.
어… 둘 다 나라에서 주는 돈 아닌가요? 라고 물었더니, 담당자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어요.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거고, 기초생활수급은 생계에 어려움 있는 분들 대상으로 한 거라고요.

그 설명을 들으면서 부끄러움이 밀려왔어요.
내가 얼마나 준비 없이 살았는지 실감났어요.

두 번째 좌절, 복지로 사이트에서 멘붕 온 날

돌아와서 집에서 ‘복지로’ 사이트 들어가봤어요. 거기 보면 모의 계산 같은 게 있더라고요. 내 정보를 입력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를 알려준다는 건데, 해보니까 뭔가 허무했어요.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는다고 나오는 항목들이 대부분 ‘해당 없음’이더라고요.

“아니… 소득이 많지도 않은데 왜 안 돼?”
진짜 억울했어요.

찾아보니까 ‘소득인정액’이라는 기준이 있더라고요. 순수 소득뿐 아니라 차량, 집, 예금까지 다 포함해서 계산하는 거였어요. 저는 아파트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그 전세보증금도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네요.

이건 진짜 몰랐는데… 너무 복잡했어요.
머리 아프고, 순간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했어요.

전환점은 아주 사소한 한마디에서

며칠 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랑 밥을 먹는데, 제가 툭 하고 “나 은퇴하면 뭐 해먹고 살지 모르겠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형, 농지연금 들어봤어요?”

처음 듣는 단어였어요. 자기는 시골에 있는 부모님 땅으로 그걸 신청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집이 없거나, 소득이 많지 않아도 일정 기준 충족하면 노후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 말을 듣고 다시 검색을 시작했어요.

주택연금, 농지연금, 기초연금, 긴급복지, 장기요양보험, 주거급여…
다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엑셀에 표도 만들었죠.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었어요.
알면 준비할 수 있지만, 모르면 아무것도 안 생긴다는 거였어요.

은퇴 준비 시작하고 알게 된 나의 현실 진단표

(이걸 보고 나서야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항목 현재 상황 은퇴 후 예상 금액 필요한 준비
국민연금 예상액 월 약 94만 원 수령 예상 94만 원 추가 연금 필요성 있음
생활비 평균 월 약 180만 원 지출 180만 원 예상 최소 90만 원 이상 추가 수입 필요
퇴직금 약간의 금액 확보 예정 일시 수령 퇴직금 운용 방법 고민 중
부동산 자산 본인 명의 없음 (전세 거주) 해당 없음 주택연금, 전세 기준 기초연금 수령 가능성 높음
개인연금 없음 없음 연금저축, IRP 고려 중
기타 지원제도 전혀 몰랐음 → 최근에 파악 시작 미정 직접 신청 필요, 조건 확인 중

지금은 매달 ‘노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요즘엔 매달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고 있어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각각 얼마나 쌓이고 있는지, 몇 년 뒤에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해보죠.

월 평균 생활비를 계산해보니까 지금 수준으로는 180만 원 정도면 될 것 같더라고요. 거기 맞춰서 모자라는 금액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 중이에요.

한 가지 바뀐 건, 이제 ‘지원금’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는 거예요.
예전엔 부끄러운 단어처럼 느껴졌거든요.

근데 이건 ‘내가 낸 세금으로 준비된 제도’잖아요.
세금은 냈는데 권리를 쓰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죠.

주변 동료들에게도 말해요.
“은퇴 준비는 남 일처럼 보일 때부터 시작해야 돼.”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한 문장

“미리 알아두는 사람이 결국은 웃는다.”

이건 저 스스로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막상 닥쳐서 준비하면 늦어요. 복지제도라는 게 신청도 복잡하고, 조건도 까다로워서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리거든요.

예전에는 그런 거 챙기는 사람들 보면 유난스러워 보였는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 달라졌어요.

그냥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가족들 생각하면서 내가 어떤 제도에 해당될 수 있을지 찾아보는 습관.
그거 하나로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거든요.

나중에 아이들한테 부담 안 주고 싶어요.
그게 제 은퇴 준비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