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음식 리스트로 50대 다이어트 성공

어느 여름날, 나는 달라지기로 했다

검진 결과지를 손에 들고 나왔던 그날 아침, 병원 유리문을 밀고 나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멍했어요. 공복 혈당 수치가 기준을 넘었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레 당뇨 전단계라고 했고, 체중도 이전보다 많이 늘어 있었다고 덧붙이셨어요. 저보다 제 몸이 먼저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거죠.

머리는 복잡한데도 몸은 너무 익숙하게 빵집으로 향하더라고요. 늘 그래왔으니까요. 좋아하던 크림빵을 집어들다가, 그대로 내려놓고 말았어요. 참 신기하죠. 그렇게 절절하게 먹던 음식인데, 갑자기 무서운 무언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참 이상하게 낯설었어요. 그 안에 가득 찬 반찬들, 맛있게 먹으려고 애써 만든 것들이 갑자기 미움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만든 건데도, 저를 아프게 한 게 그것 같았거든요.

그날 저녁, 남편과 딸은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는데, 저는 물만 들이키며 앉아 있었어요. 속이 아픈 것도 아닌데 밥숟가락을 들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 아팠죠.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했던 날이었어요.

모르는 걸 인정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됐다

다음날부터 식단이라는 걸 한 번 바꿔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엔 너무 막막했어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식단표와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들. 그중에서 자꾸 눈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가 있었어요.

바로 ‘단백질’.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 단백질이 포만감을 준다, 근육을 지킨다, 혈당을 안정시킨다… 말은 많았지만 저한텐 그저 생소한 이야기였어요. 나이가 드니 뭘 새로 외우는 것도 버겁고, 다들 하는 얘기인데도 막상 실천하려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딸이 건네준 단백질 바가 처음이었어요. “엄마, 배고플 때 이거 드셔봐요.” 무심한 듯 내미는 손길에 받아들고, 조용한 거실 구석에서 한 입 깨물었어요. 맛은 그저 그랬지만, 생각보다 포만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내 입 안에 단 게 들어가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어요.

그 작은 한 입이, 시작이었어요.

닭가슴살과의 전쟁, 두부와의 평화 협정

이제 단백질 음식을 찾아보겠다고 마음먹은 후, 저는 마트에서 무슨 사명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돌아다녔어요. 닭가슴살을 묶음으로 사오고, 연두부를 3개씩 사들이고, 두유도 종류별로 집어 왔어요. 냉장고 안이 마치 헬스보충 식단처럼 바뀌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걸 먹는 제 입이었어요.

처음 며칠은 의욕이 넘쳤어요. “나는 이제 단백질 위주의 건강한 식사를 할 거야!”라고 외치며 닭가슴살을 구워 먹고, 두부를 잘라 먹고, 삶은 계란을 꾸역꾸역 넘겼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밥 생각이 너무 나는 거예요. 밥 한 숟갈이 그렇게도 간절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결국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밥을 몰래 먹었어요. 가족들 자고 있을 때 몰래 주방에 나가 찬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죠. 먹고 나서 죄책감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가 싶어서요.

그런데요, 그렇게 한 번 무너지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완벽할 필요 없다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면 된다고.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단백질 음식에 밥 한 숟갈 정도는 곁들였어요. 그러고 나니 이상하게 덜 배고프고 덜 무리하게 되었어요.

두부도 매일 날것으로 먹으니 물려서,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워봤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하나하나 제 방식의 단백질 식단이 만들어졌어요.

삶은 계란 두 알, 그 조용한 위로

어느 날 새벽이었어요. 불면으로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어요. 주방으로 가서 계란 두 알을 꺼내 조용히 삶았어요.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식탁에 앉아 있었죠. 뭔가 아주 조용한 의식처럼 느껴졌어요.

다 익은 계란을 껍질 벗기며 생각했어요. “지금 이걸 먹는 나, 참 고생 많았구나.” 아무도 몰라줘도, 아무도 박수 쳐주지 않아도, 계란 하나를 삶아 먹으며 마음을 달래는 내가 기특했어요.

그날 이후로 삶은 계란은 저에게 단백질이 아니라 위로의 음식이 됐어요. 지쳤을 때, 마음이 무너질 때, 저는 늘 계란 두 알을 꺼내 삶아요. 혼자만의 방식이지만 제겐 가장 확실한 복구 버튼이 되었어요.

매일의 식탁, 나만의 단백질 리스트가 되기까지

처음엔 종이에 적었어요. ‘단백질 음식 리스트’라는 제목을 붙이고, 하나하나 써 내려갔죠. 닭가슴살, 두부, 계란, 연어, 삶은 콩, 무가당 두유, 견과류, 병아리콩, 렌틸콩, 요거트… 어느새 그 종이는 주방 벽에 붙어 있었고, 저는 그걸 보며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하루를 살았어요.

지금은 그 종이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돼요. 몸이 기억하고, 입이 익숙해졌거든요. 무언가를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사라졌고, 이제는 그런 식단이 나의 일부가 되었어요.

아침엔 무가당 두유에 삶은 계란. 점심엔 채소 가득 넣은 두부 샐러드. 간식으론 견과류나 플레인 요거트 한 스푼. 저녁엔 렌틸콩 넣은 스프 한 그릇. 특별할 것 없는 식단이지만, 그 안에 저의 시간이 녹아 있어요.

남들이 보기엔 밋밋할 수 있겠지만, 제겐 너무도 풍성한 식탁이에요.

단백질이 알려준 건 체중 감량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마음

사람들은 자꾸 결과만 궁금해해요. 몇 킬로그램 빠졌는지, 혈당 수치가 어떻게 됐는지. 물론 수치도 중요하죠. 저도 12kg 가까이 빠졌고, 혈당도 정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요, 제 자신을 아끼게 됐다는 거예요.

예전엔 늘 미뤘어요. 내일 하지 뭐, 다음에 살 빼면 되지.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행복이지,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죠. 그런데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해요.

배고플 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때, 예전에는 “맛있는 걸 먹자”였지만, 지금은 “나를 덜 힘들게 할 걸 먹자”로 바뀌었어요. 그 변화가 저는 가장 감사해요.

내 몸을 위한 단백질 여정

시기 내 감정 상태 몸의 변화 작은 행동의 예
당뇨 전단계 진단 받던 날 충격, 불안, 혼란 무기력함, 체중 증가 냉장고 앞에서 눈물
단백질을 처음 접한 날 반신반의, 궁금함 허기 속 미묘한 든든함 단백질 바 한 입
식단에 적용하기 시작한 때 외로움, 자책, 실망 체중 정체, 포기 욕구 닭가슴살 질려하기
계란 두 알로 느낀 변화 희망, 다짐, 안정감 속 편함, 혈당 개선 계란을 삶아 창밖 보기
지금 나의 하루 감사, 믿음, 지속력 체중 감량, 에너지 회복 두부 간식, 연어캔 준비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시작할 거예요

가끔 생각해요. 그날, 병원에서 진단받던 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무섭고 혼란스러웠던 그 순간을 다시 겪고 싶진 않지만, 단백질 음식과 나를 만나게 해준 그 시간은 다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닭가슴살이 질리면 연어를 먹으면 되고, 계란이 싫어질 땐 병아리콩을 삶아 먹으면 되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천천히, 나에게 맞게, 오늘도 삶은 계란 하나를 껍질 벗기며 생각해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잘 가고 있어.”

단백질 음식 리스트는 사실 음식의 이름이 아니라, 제가 저를 보살핀 기억들의 목록이었어요.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늘 저를 지켜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