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지 않는 어느 평일 아침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7시에 눈을 떴어요. 출근은 없었고, 블로그 글 하나 예약 걸어둔 날이라 오랜만에 여유로운 기분이었죠. 아내는 아이 도시락 싸느라 분주했고, 저는 멍하니 식탁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봤어요. 초록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리던 조용한 아침이었죠.
근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바쁜 하루가 시작될 텐데, 내 마음은 공허한 느낌…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마음을 파고들었어요.
“내가 지금 48인데, 앞으로 17년이면 65이잖아…?” 이 숫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날 따라 참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걸 왜 이제야 생각하게 된 걸까
사실 노후 준비라는 건 늘 뉴스에서 보고, 기사 제목으로 접하긴 했지만, 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난 아직 일할 수 있어’, ‘수입은 끊기지 않고 있으니까’, ‘그건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라는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했죠. 근데요, 막상 그날은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들이 안 통하더라고요.
그동안 몰랐던 건 아니에요. 아는 척만 하고 있었던 거죠.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사실 블로그 수익이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고, 세상도 너무 빨리 바뀌잖아요. ‘언제까지 이 방식으로 돈 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처음엔 그냥 검색부터 해봤어요
노후 준비라고 검색창에 쳐봤어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나왔어요. 국민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퇴직연금, IRP… 무슨 말인지 알 듯 말 듯한 용어들이 줄줄이 등장하니까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게다가 수치, 세금, 수익률, 공제 혜택 같은 단어들이 계속 나오는데, 도통 집중이 안 됐어요. ‘이거… 그냥 전문가한테 맡겨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근데 솔직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날 저녁엔 검색창을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무서웠거든요. 뭔가 시작한다는 건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거고, 그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한참을 미뤘던 것 같아요.
아차 싶었던 순간 하나
계속 미루다가 어느 날, 은근히 자주 들어가던 커뮤니티에서 한 글을 봤어요. ‘부모님 노후 준비 안 돼 있어서 자식이 다 떠안은 이야기’였는데, 그게 참… 남 얘기 같지 않더라고요.
저도 두 아이가 있잖아요. 나중에 내가 준비 안 해두면 얘네가 내 병원비, 생활비 걱정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건 정말 싫었어요.
그날 밤은 정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그게 제 첫 시작이었어요. 거창한 각오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매달 조금씩이라도’라는 생각뿐이었죠.
첫 실수는 너무 쉽게 찾아왔어요
연금저축펀드를 알아보다가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는데요. 그냥 클릭 몇 번으로 가입되고, 펀드 설정도 ‘추천’ 버튼 누르니까 끝나더라고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한 두 달 지나니까 수익률이 -6%로 떨어졌어요. 손해가 났다는 걸 보니까 겁이 덜컥 났죠.
“내가 뭘 잘못했지? 이거 괜히 시작한 거 아냐?” 진짜로 해지 버튼 누를 뻔했어요. 근데 그 와중에 멈춰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은행 예금 넣는 게 아닌데, 당연히 변동은 있겠지. 다들 이 정도는 감수하면서 하니까 추천하는 거겠지.’
불안했지만, 그냥 그대로 두고 지나가 보기로 했어요. 세 달쯤 지나니까 -2%로 줄어들더라고요. ‘아… 이게 장기 투자란 말이 이런 거구나’ 그때 처음 체감했어요.
이후로는 뉴스에도 관심이 생기고, 자산 배분이라는 개념도 차근차근 공부하게 됐어요.
나만의 방식이 조금씩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연금저축펀드에 매달 자동이체로 20만 원, IRP에는 10만 원 정도 넣고 있어요. 처음보다 익숙해졌고, 어떤 펀드를 고를지도 전보다 훨씬 자신 있게 고르게 됐어요.
가계부에도 ‘노후 준비’ 항목이 생겼고요. 예전엔 교통비, 교육비, 식비만 있었는데, 이제는 ‘내 미래’에 쓰는 돈도 예산 안에 포함시켰어요.
한 번은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이런 얘길 했어요. “요즘은 20만 원짜리 밥보다, 2만 원짜리 연금 납입이 더 나한테 가치 있어 보인다”
친구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나도 이런 실수 했었지… 처음 노후 준비하면서 겪은 좌충우돌 기록
상황 | 당시 내 반응 | 깨달은 점 또는 배운 것 |
---|---|---|
연금저축펀드 수익률 -7% 확인 | “헉… 이거 해지해야 하나?” |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투자라는 점을 알게 됨 |
펀드 용어가 너무 어려움 | “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모르겠다” | TDF처럼 자동으로 조절되는 상품이 나한텐 맞았음 |
가입만 해놓고 몇 달 방치함 |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뒀다” | 수익률 확인과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음 |
커뮤니티에서 부모님 사례 읽음 | “아이들한테 짐이 되긴 싫은데…” |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후회 안 할 거라는 결심이 생김 |
IRP 계좌 만들다가 실패함 | “앱에서 막혔다… 고객센터에 전화함” | 디지털도 하나하나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실감함 |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준비는 필요하더라고요
노후 준비라는 게 꼭 돈만 의미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아프면 누가 나를 도와줄까’, ‘혼자 있을 때 누군가를 불러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도 전부 포함되는 거더라고요.
그동안은 ‘일단 지금만 잘 살자’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나중의 나’를 위해 지금 조금 덜 쓰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가끔씩 연금 통장 잔액을 확인하면요… 아주 작게라도 마음이 든든해져요.
다시 돌아가도, 지금처럼 할 것 같아요
이걸 30대 후반에 알았으면 더 좋았겠죠. 근데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에요.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요.
중간에 실수도 하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한 걸음씩 걸어온 길이니까요.
이제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이게 나중에 내 노후를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돼요.
그전엔 그냥 수익만 보고 썼는데, 이젠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도와주는 작업’이라고요.
매달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지금 하고 있는 노후 준비 루틴
준비 항목 | 매달 실천하는 내용 | 내가 느낀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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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펀드 | 자동이체로 20만 원 납입 |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마음이 한결 편해짐 |
IRP 계좌 | 10만 원 정기적으로 이체 |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어 뿌듯함 |
국민연금 수령액 확인 | 1년에 한 번 ‘내 연금’ 사이트에서 체크 | 막연했던 미래 생활비 규모가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옴 |
가계부에 노후 준비 항목 추가 | 한 달 예산에 30만 원 이내로 따로 항목 배정 | 생활비와 미래 대비를 함께 고려하게 됨 |
월 1회 재무 점검 루틴 만들기 | 수익률 확인 + 상품 변경 여부 검토 |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 생김 |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말
‘내가 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준비해주지 않는다’는 말… 이 말이 요즘 저한테는 가장 큰 울림이에요.
노후 준비는요,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느릿느릿, 실수하면서, 시행착오 겪으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에요.
어떤 날은 ‘이게 맞나?’ 싶고, 어떤 날은 ‘이렇게라도 해서 다행이다’ 싶고요.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어느새 저는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아주 작게,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하게요.
오늘도 자동이체 문자 하나가 뜨겠죠.
“연금저축펀드 20만원 출금 완료”
그 문자가, 요즘 제게 가장 따뜻한 위로예요.
정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