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복부비만 운동, 중년에도 가능한 이유

배가 나왔다는 건 살이 찐 게 아니라, 뭔가를 놓치고 있었단 뜻이었어요

그날 아침이 생각나요. 평소보다 조금 늦잠을 자고 일어나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티셔츠 하나만 입은 남편이 허리를 구부린 채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가고 있었어요. 무심코 돌아본 순간, 딱 보였어요. 배가… 꽤 많이 나와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전까진 별 생각 없었어요. 살이 좀 붙었나 보다 했고, 남자들이 나이 들면 원래 그런가보다 했죠. 저도 갱년기 겪으며 살이 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은 어쩐지 그 배가 단순한 ‘살’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여보, 요즘 좀 배 나오는 거 같지 않아?” 괜히 한번 툭 건드려봤죠. 그랬더니 웃으면서 “응, 아저씨 다 됐지 뭐” 하며 소파에 퍼지더라고요. 그 웃음 뒤에 묘하게 피곤해 보이는 표정이 있었어요. 그때 마음 한쪽이 살짝 쿡 하고 아팠어요.

남편이 변해야겠다는 마음은, 사실 제 마음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며칠 후 건강검진 예약을 제가 먼저 잡았어요. 남편 것도 함께요. 별 얘기 없이 “올해는 같이 하자~” 하고 넘겼죠.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혈당 수치가 100에 가까웠고, 중성지방 수치도 높았어요. 지방간 소견까지.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말이 거의 없었어요. 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겁이 났어요. 남편이 지금처럼 계속 살면 언젠가 큰 병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날 밤, 남편이 자고 난 뒤 저는 혼자 안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남자 복부비만 운동’이라고 검색해봤어요. 정보는 많았지만, 하나같이 전문용어 투성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더라고요. 그냥 막막했어요. 진짜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들었죠.

시작은 늘 엉성해요,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헬스장 끊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사람 많은 데 가면 오히려 안 하게 된다”며. 뭐, 일리는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서 ‘초보 복부 운동’ 영상 찾아서 TV에 연결하고, 깔깔 웃으면서 같이 했죠.

레그레이즈? 플랭크?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따라하는 거죠. 근데 문제는,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거예요. 남편은 겨우 두 세트 따라하더니 숨을 몰아쉬고 “나 이거 못 하겠어. 허리 나가겠어…”

그날 저녁엔 짜증도 섞인 말투로 “운동은 역시 나랑 안 맞아”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한숨이 나왔지만,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건 내가 먼저 꾸준히 해봐야 바뀌겠구나.’

그 후로는 그냥 제가 먼저 했어요. 말 없이. 아침마다 15분씩 매트 깔고 복부 스트레칭하고, 저녁엔 집 앞 도는 빠른 걷기를 했어요. 운동하는 저를 보며 남편이 처음엔 무관심했는데, 일주일 지나니 힐끔힐끔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기적처럼 바뀌는 건 없지만, 흐름은 확실히 생겨요

어느 날은 제가 운동하다가 다리를 살짝 삐끗했어요. 남편이 지나가다 보더니 “그 동작이 아니라니까, 이거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며 몸을 같이 움직이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날 이후 남편은 조용히 제 옆에 매트를 깔았어요. 말도 없이요. 근데, 그 모습이 참 고맙고 뭉클했어요. 다시 운동을 시작한 그 날부터 우린 매일 10분씩 짧게라도 같이 했어요. TV 앞에 나란히 앉아 스트레칭하고, 숨이 찰 때까지 따라했어요.

물론 힘들죠. 하루는 너무 피곤하다며 안 하기도 했고, 며칠은 둘 다 빼먹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해야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몸을 신경 쓰게 됐다는 거니까요.

몸보다 먼저 바뀐 건, 남편의 말투였어요

한 달 정도 지나서 남편이 “바지 허리가 좀 헐거워졌어” 하며 싱긋 웃더라고요. 그날은 기념처럼 느껴졌어요. 복부비만 운동이라는 게 단순히 ‘배만 집요하게 조지자’가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을 바꾸는 일이란 걸 그때 알았어요.

남편은 회사에서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점심 메뉴를 일부러 볶음밥 대신 샐러드 곁들인 도시락으로 바꾸더라고요.

이전엔 “다 귀찮아” 하던 사람이었는데요. 어느 날은 제가 피곤해 운동 안 하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남편이 “우리 짧게라도 하자, 어제도 못 했잖아” 라며 먼저 준비하더라고요. 순간 감동이었어요.

복부 운동의 중심에는, ‘같이’가 있었어요

레그레이즈, 마운틴 클라이머, 플랭크, 크런치. 처음엔 헷갈렸던 동작들이 이제는 루틴이 됐어요. 하루에 몇 개씩,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성의 있게 따라하다 보면 땀이 나고, 끝나면 개운해져요.

남편은 여전히 배가 아주 납작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확실히 줄었고, 무엇보다 예전처럼 숨 찬 모습이 거의 없어졌어요. 의사 선생님도 건강검진 때 “수치 많이 좋아졌네요” 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건, 우리 둘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긴 리듬이에요. 아침엔 각자 챙겨 먹고, 저녁엔 운동하고, 주말엔 같이 공원 걷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흐름이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큰 변화예요.

문득 떠오른 남편의 한 마디

어느 날, 운동 끝내고 누워서 땀 식히고 있을 때였어요. 남편이 저를 보며 말했어요. “당신 아니었으면 난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았을 거야. 몸 망가지고도 모른 채.”

그 말 듣는 순간 울컥했어요.

사실 저도 몰랐거든요. 우리가 그냥 지나쳐왔던 것들이 이렇게 중요한 줄은요. 단순히 배가 나와서가 아니라, 그걸 통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나태해졌다는 걸요.

지금도요, 때때로 바쁘고 힘들어서 운동을 빼먹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오늘은 10분만 하자” 하고 서로 다독이며 다시 시작해요. 완벽하진 않아도, 꾸준히 한다는 게 우리에겐 가장 큰 힘이거든요.

우리가 해봤던 복부비만 운동, 처음엔 이 정도였어요

운동 이름 처음 느낌 하루 소요 시간 지금은 이렇게 하고 있어요
레그레이즈 허벅지랑 복부에 힘이 들어가서 당황했어요 5~7분 세트 수 늘리고 천천히 정확하게
크런치 목이 아프고 뭘 잘못한 건가 싶었어요 5분 내외 상체 힘 빼고 복부에 집중하면서 진행
플랭크 30초도 버티기 힘들었어요 1~2분 지금은 1분씩 2세트 가능해요
마운틴 클라이머 정신없이 다리만 움직였어요 3분 정도 호흡 맞추면서 리듬 있게 하고 있어요
걷기 운동 (빠르게) 이게 운동이 될까? 싶었어요 30분 매일 기본으로 하는 루틴이에요

우리 부부, 복부비만 운동 하면서 달라진 것들 정리해봤어요

운동 전 모습 지금 달라진 점 중간에 기억나는 장면
바지 허리가 늘 쫑겼어요 허리가 헐거워져서 새 바지 샀어요 “허리 좀 남는데?” 하며 신기해하던 남편 표정
계단은 무조건 피했어요 회사에서 일부러 계단 오르기 시작했어요 운동화 깔창 바꿔가며 ‘발 안 아프게 하려면?’ 물었던 날
저녁에 늘 소파에만 있었어요 산책 먼저 가자며 먼저 나서는 사람이 됐어요 제가 피곤하다고 하니 “10분만 하자” 하며 끌어주던 그날
운동하면 허리 아프다 했었어요 동작 익히면서 허리통증이 많이 줄었어요 스트레칭 끝나고 “몸이 가볍다”며 만족해하던 모습
운동을 귀찮아했어요 지금은 제가 쉬자 해도 본인이 먼저 나서요 “이제 이거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라는 말이 기억나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남기는 말 한 줄

“몸을 챙긴다는 건, 삶을 챙기는 거야.”

남자 복부비만 운동은 결국 내 이야기가 되었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남편은 거실에서 매트를 펴고 있네요. 오늘은 제가 먼저 말해볼까 해요.

“여보, 오늘은 크런치 두 세트부터 시작해볼까?” 하고요.